비만은 어쩌다 유행병이 되었을까

Admadm
Admadm Published on January 14, 2026

내게는 늘 골칫거리인 의문이 하나 있따. 왜 의사들 중에도 뚱뚱한 사람이 있을까? 의사는 인체 생리학의 권위자로 인정받는만큼 비만의 원인과 치료에 있어서도 진정한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의사는 대부분 굉장히 부지런하게 일하고 자제력도 강하다. 뚱뚱해지고 싶은 사람은 없겠지만 특히 의사는 날씬하고 건강한 몸을 유지할 수 있는 지식과 그것을 실천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왜 뚱뚱한 의사가 있을까?

 살을 빼려는 사람에게 기본적으로 제시되는 처방은 "덜 먹고 많이 움직여라"다. 듣기에는 정확히 맞는 말이다. 하지만 효과는 왜 없을까? 체중을 줄이고 싶다면 당사자가 이 조언을 따르지 않아서인지도 모른다. 마음은 그러고 싶은데 몸이 말을 안 들을 수도 있으니까. 그래도 의사의 경우 의과대학부터 시작해서 전문의 과정,인턴,레지던트,박사 수료 이후의 학업까지 마치려면 엄격한 자제력과 헌신이 필요하다. 그래서 정상 체중을 넘어선 의사가 환자에게 권장하는 처방을 의지력이 부족해서 실천하지 못한다고 보기는 힘들다.

 그렇다면 혹시 보편적인 조언이 잘못된 건 아닌지 생각하게 된다. 비만에 ㄷ관한 우리의 생각이 근본적으로, 통째로 잘못됐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비만이 현재 유행병이 되었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가장 그럴듯한 시나리오가 아닌가 싶다. 그러므로 우리는 비만이라는 병에 대하여 맨 처음부터 상세히 파악해 볼 필요가 있다.

 비만을 비롯한 모든 질병은 가장 중요한 질문 하나로 시작해야 한다. "원인은 무엇일까?" 우리는 이미 답을 다 안다고 생각하므로 이 중요한 질문을 숙고하지 않는다. 즉, 비만은 당연히 열량의 섭취와 소비에 좌우된다고들 생각한다. 열량은 인체가 숨을 쉬고 새로운 근육과 뼈를 만들고 혈액을 순환시키는 등 대사활동을 하고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때 활용되는 음식 에너지의 단위이다. 그 에너지 중 일부는 몸에 지방으로 저장된다. 열량 섭취는 음식 에너지를 먹는 것이고, 열량 소비는 다양한 대사 기능을 통해 음식 에너지가 사용되는 것을 뜻한다.

 우리는 섭취하는 열량이 연소되는 열량보다 많으면 체중이 늘어난다고 이야기한다. 과하게 먹고 운동은 조금밖에 안 하면 살이 찐다고도 이야기한다. 열량을 너무 많이 섭취하면 체중이 늘어난다고도 이야기한다. 전부 너무나 자명한 사실이라서 정말로 사실인지 의심조차 하지 않는다. 하지만 과연 사실일까?

근접 원인과 긍극 원인

열량을 과도하게 섭취하는 것이 체중 증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은 분명하지만 비만의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근접 원인과 궁극 원인의 차이는 무엇일까? 근접 원인은 즉각 나타나는 반응을 유발하는 반면 궁극 원인은 연이어 발생하는 여러 사건의 시작점이다.

 알코올중독을 생각해보자. 원인은 무엇인가? 근접 원인은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이다. 반박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별로 도움은 되지 않는다. 알코올중독이나 술을 너무 많이 마시는 것은 동일한 의미이므로 원인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과 답이 결국 같은 내용이 된다. 그리고 근접 원인을 뒤집은 것이 치료 방법으로 제시된다. 즉, '술을 너무 많이 마시지 말라'는 것인데 그다지 유익하지 않다. 핵심 질문, 우리가 정말로 알고자 하는 것은 알코올중독이 왜 생기는지 이해할 수 있는 궁극 원인이다. 그러한 원인에는 다음과 같은 항목이 포함된다. 알코올의 특성상 중독될 수 있다는 점, 가족 중에서 알코올중독자가 있는 경우,집안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중독이 잘 되는 성격.

실제로 어떤 병에 걸렸다면 치료 방법은 근접 원인보다는 궁극 원인을 없앨 수 있는 방향으로 제시되어야 한다. 궁극 원인을 알면 효과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따. 알코올 중독의 경우 재활치료와 사회적 네트워크를 통한 지원이 될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들어보자. 비행기 추락 사고는 왜 일어나는가? 근접 원인은 양력이 중력을 극복할 만큼 크지 않은 것이다. 이번에도 맞는 말이지만 도움은 안 된다. 궁극 원인은 다음과 같이 꼽을 수 있다. 사람의 실수,기계 고장,궃은 날씨. 궁극을 파악하면 파일럿 훈련을 개선하거나 기체 유지보수 간격을 좁히는 등 효과적인 해결 방법을 떠올릴 수 있따. 양력이 중력보다 커지게 하는 방법으로는 비행기 추락사고를 줄일 수 없다.

 이와 같은 원리는 모든 일에 적용된다. 방 안이 너무 덥다면? 근접 우너인은 유입되는 열에너지가 방출되는 열에너지보다 많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환풍기를 켜서 방출되는 열이 더 많아지도록 하는 것이다. 궁극 원인은 온도를 너무 높게 설정한 것이다. 이 경우 해결책을 보일러를 끄는 것이다.

 배는 왜 가라앉을까? 근접 원인은 중력이 부력보다 크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중력을 줄이는 것이다. 궁극 원인은 선체에 큰 구멍이 있다는 것이다. 이 경우 해결책은 구멍을 때우는 것이다.

 이처럼 근접 원인에서 도출된 해결책은 효과가 지속적이지 않고 아무 의미도 없다. 궁극 원인에서 나온 해결책이 훨씬 유용하다. 비만도 같은 방식으로 생각해보자. 체중은 왜 늘어날까? 근접 원인은 소비되는 열량보다 섭취하는 열량이 더 많다는 것이다.

 소비되는 열량보다 인체에 유입되는 열량이 많은 것이 근접 원인이라는 생각에 따라 우리는 개개인의 선택이 궁극 원인이라고 여긴다. 브로콜리 대신 감자칩을 먹는 건 선택이다. 운동하는 대신 텔레비전을 보는 것도 선택이다. 이 같은 추론대로라면 비만은 연구하고 조사해야 하는 질병이 아닌, 개인적인 실패 또는 성격 결함의 문제로 바뀐다. 비만의 궁극 원인을 찾는 대신 다음과 같은 요소가 원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지나치게 많이 먹는 것. 운동을 거의 안하는 것. 그래서 우리는 비만이 된 사람을 향해 자초한 일이라 이야기하고 자제력이 약하다고 평가한다. 이렇게 생각하면 문제의 궁극 원인이 밝혀진 것 같고 안심이 된다. 실제로 2012년에 실시된 온라인 여론조사에서 미국 성인의 61퍼센트는 비만이 유행병이 된 원인을 식생활과 운동에 관한 개인의 선택이라고 답했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비만인 사람을 차별한다. 안쓰러워하면서도 혐오하는 것이다.

 하지만 잠시만 생각해보면 사실과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사춘기 이전에는 남자와 여자의 체지방률이 동일하다. 그러다 사춘기가 지나면 여성의 체지방이 남성보다 평균 50퍼센트 가까이 더 많아진다. 섭취하는 열량은 평균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더 많은데도 이러한 변화가 나타난다. 어떻ㄱ ㅔ이런 일이 가능할까?

 비만의 결정적인 원인은 무엇일까? 개개인의 선택과는 아무 상관이 없다. 성격 결함도 아니다. 여성이 남성보다 식탐이 강하거나 게으른 것도 아니다. 남성과 여성의 고유한 특징을 만드는 호르몬 조합이 여성의 몸에서는 열량이 연소되고 소비되는 대신 지방으로 축적되는 양이 더 많아지게 하는 원인을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임신도 체중을 크게 증가시키는 원인이다. 이 경우도 역시나 개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가 체중 증가를 촉진한다. 비만의 근접 원인과 긍극 원인을 절못 이해한 결과 우리는 먹는 열량을 줄이는 것이 비만을 해결할 수 있는 길이라고 믿는다.

 권위 있는 기관도 하나같이 그 말에 동의한다. 미국 농무부가 2010년 업데이트한 미국인을 위한 식생활 지침에도 기관의 핵심 권고 사항이 단호하게 명시되어 있다. "체중을 관리하려면 총섭취 열량을 조절해야 한다."는 것이다. 질병통제 예방센터에서도 비만 환자들에게 열량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충고한다. 미국 국립보건원에서 발생한 팸플릿에는 "건강한 체중을 만들기 위해서는 식음료에서 얻는 열량을 줄이고 신체활동을 늘려야 한다는 조언이 담겨있다.

 비만 전문가들은 덜 먹고 더 많이 움직여라로 함축되는 이 유명한 전략을 굉장히 좋아한다. 하지만 어딘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든다. 비만이 되는 이유가 다 밝혀진 데다 치료법도 다 알고 비만 교육과 관리 프로그램에 수백만 달러를 쏟아 붓고 있는데도 왜 우리는 점점 더 뚱뚱해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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